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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라' 시리즈/리더는 처음이라

리더쉽의 종류와 역할 #4 - 리더로서의 주관과 고집, 그 사이


저번에 이어, '리더의 역할'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리더의 주장은 팀을 하나로 묶는 원동력이 될 수도, 독창성을 저하시키는 '고집'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리더의 주관이 어떤 경우에 '고집'이 되는지 살펴보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어떤 태도로 회의에 임해야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Embrace change

(변화를 포용하라)

리더에게 '주관'은 무엇인가?

 

흔히 '주관이 뚜렷하다.' = 본인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잘 표현한다

리더로서 주관이 너무 뚜렷하다면, 다른 팀원들이 본인의 소수 의견을 내지 못할 수도 있고 이는 집단사고에 매몰되는, 창의성이 사라지는 주된 원인이 될 수 있다. 사내 회의에서 본인 의견이 강한 팀장님이 말씀하시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반대로 주관이 뚜렷한 리더야 말로 팀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같은 목표를 공유하며 그들을 동기부여 시킬 수 있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매킨토시를 개발할 때, 팀원들을 그렇게 볶아대고 일주일에 90시간 근무를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우주에 충격을 줄 제품을 만들자'는 잡스의 신념으로 뭉쳤기 때문이다.

애플의 매킨토시 팀. 이 분들은 주 90시간 근무를 했다. 하루에 13시간 근무.....

이렇듯 뚜렷한 주관은 양날의 검과 같다.

그렇다면

리더는 '뚜렷한 주관'을 어떻게 사용해야할까? 아니 애초에 주관이란게 있어야할까?, 팀원들의 의견을 조정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맡아야하는게 아닐까?

이 페이지에서는 '뚜렷한 주관'의 부재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뚜렷한 주관'과 '고집'의 차이와 함께 나의 주장이 '고집'으로 비춰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내가 겪은 회의 상황을 통해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목차는 다음과 같다. 


1. 주관의 부재가 불러오는 재앙

2. 주관과 고집을 나누는 기준

3. 팀이 나아가는 방향에 '변화'를 주는 소수의 의견


1. 주관의 부재가 불러오는 재앙

먼저 '뚜렷한 주관'이 가져야할 필수 요소가 있다. '방향성'과 '확신'이다. 

먼저 '방향성'에 대한 얘기부터 해보자.

팀이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을 때, 2가지 종류의 '방향성'이 존재한다. 

- Vision, Value, Mission 을 나타내는 ' 목표 방향 '

- 목표를 구현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을 나타내는 ' 과정 방향 '

목표 방향은

'어떤 제품을 만들 것인가' , '어떤 기능을 구현할 것인가' , ' 어떤 Value를 제공하고 이것의 Vision은 무엇인가' 와 같은 것들이다. 세부적인 내용들은 각 프로젝트가 전체 제품에서 맡고 있는 역할에 따라 다르겠지만,

해당 프로젝트가 이뤄내야하는, 목표와 관련된 것이다. 

과정 방향은

다른 말로 하면 '계획과 일정'이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당장 오늘, 내일, 다음 주에 어떻게 할 것이냐는 의미다. 예를 들어, GRAFFITI 투자 게임 세션을 새롭게 개발하기 위해선, 부스 운영은 어떻게 할 것인지, 앱은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 등등에 대한 실무적인 부분들이 필요하다.

즉, 해당 세션을 구현하기 위해선 어떤 일련의 과정을 거쳐서 만들 것인지를 정하는 것이다.

작은 과정 방향 여러 개가 모여 하나의 큰 목표 방향으로 수렴한다. 작은 하천이 모여 큰 강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특히, 목표 방향은 일련의 과정 방향을 목표 방향으로 수렴시키기 위한 기준을 제시한다.

목표 방향은 여러 개의 과정 방향으로 구성되어 있다.

리더가 맡아야 할 것은 바로 '목표 방향'이다. 그렇다면 '목표 방향'을 명확히 설정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목표 방향을 설정하지 않는다면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1. 팀원에게 일을 시키는 경우, 명확한 Instruction이나 Guide를 주지 못하여 일의 효율이 떨어지고, 팀원 또한 어떻게 해야하는지 혼란스럽다. 

2. 팀 내/외적 상황이 불안하거나 변동성이 심할 때, 팀원들은 불안감을 느낀다.

3. 특히 목표 방향을 팀원들과 공개적으로 합치하지 않는 경우, 리더는 그들의 독창성을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

 

2020 GRAFFITI를 준비하면서 위와 같은 문제를 많이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회의가 잦아졌고, 이에 행사 전체의 '방향'을 함께 정하고 통합하기가 힘들어졌다. 그래서

세션들의 방향을 모두 세팅해놓은 후, 세션 별 TF를 구성하여 TF장들에게 잘 전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행사 주최까지 8개월 정도 남은 시점에서 이제 막 'Team Project'의 밑그림을 그려놓았고, Team Project의 Vision, Value, Mission을 명확히 설정해놓지 않은 상태에서 TF장에게 인수인계를 했어야했다.

당시 우리는 기존 해커톤 시장은 결과물과 상금 위주로 돌아감을 느꼈고 용돈 벌이로 해커톤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거대 기업들의 아이디어 채굴장으로 바뀌어버린 시장임을 파악했다.

대기업의 문제해결을 위한, 그리고 상금을 강조하는 해커톤을 바꿔보고자 했다.


이에 GRAFFITI의

Vision인 ' 하고 싶은 것이 우선인 문화 ' 와

Value인 ' Mentality '와 ' Story '를 제공하는 팀 프로젝트를 하고자 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결과 지향성의 시스템이 아닌, 실제 초기 스타트업의 과정을 단 4일만이라도 압축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성하고자 했다. 하지만 흔해 빠진 '모의 창업 경진대회'로 변질되지 않기 위해, 시스템적으로 몇 가지를 추가하고자 했다.

' 이것이 내가 짜놓은 그림의 전부였다. '


물론 추가 사항에 대한 안은 몇 가지가 있었으나, 이 정도로 해놓은 상태에서 인수 인계를 했으니, TF장으로 팀플을 맡게 된 친구는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팀플 TF장은 사실 훨씬 더 혼란스러워했는데,

여기에는 나의 과오가 존재한다.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주최에 대한 불안감이 상승한 상황에서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선,

바로 나 스스로 확신에 차있는 모습을 보여줘야한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2. 주관과 고집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인가?

나는 인수인계 시, 뭔가 정해진 건 없지만 확신에 찬 말투로 많이 얘기했었고, 듣는 사람 입장에선 '뭔가 많이 부족한데, 어떻게 저렇게 확신에 차있지?' 란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결국, TF장의 생각이 세션에 추가됨으로서 GRAFFITI 전체 Value와 팀프로젝트의 Value가 일치하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큰 일을 맡으면, 당황하고 숲을 보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GRAFFITI가 추구하는 Value는 'Mentality'와 'Story'인데 반해,

팀프로젝트의 방향은 참가자들이 창업에 대한 '학습'과 '지식'을 쌓는 쪽으로 가고 있었다.

 

문제는 이것 뿐만이 아니었다.

' 확신에 차있어야 한다 '는 강박은 나로 하여금, 팀프로젝트 TF장과의 올바른 소통을 차단시켜버렸다.

우리는 어떤 것이 맞는 방향인지에 대해 차분하게 토론을 이어나갔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나는 TF장에게 어디까지 결정되었고, 앞으로 결정해야할 '목표 방향'이 무엇인지 올바르게 전달해줄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임원진 회의 또는 팀프로젝트 TF회의에서 투명하게 공개하고 전체적인 합의가 이루어지도록 소통했어야했다.

하지만 나는 무의식적으로 팀프로젝트의 Value와 Mission이 완성되지 않은채로 전달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고, 공개적으로 방향에 대해 토론하고 의견을 합치하기를 두려워했다. 이에 팀프로젝트의 방향성 이야기는 팀프로젝트 TF장과 단둘이 얘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TF장으로 하여금, TF를 스스로 변화시킬 수 없다는 '이탈감'을 야기시켰고

단둘이 얘기함으로써 (나와 TF장)과 나머지 팀원들 간의 정보의 비대칭성이 점점 커졌고

이는 상사와 다른 의견을 낼 수 있는 분위기를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내가 TF장과 한 소통 방식은 토론보다는 통보에 가까웠고,

'뚜렷한 주관' 보다  '고집'을 피우고 있었다.


여기서 우리는 '고집'과 '뚜렷한 주관'을 나누는 기준을 찾을 수 있다.

 


보통의 경우, '고집이 정말 세다'라고 얘기하면 두 가지 중 하나일 확률이 높다.

1. 근거 없이 주장만 할 때, 즉 ' 떼를 쓸 때' 이다.

2. 그들의 근거가 나를 설득시키지 못할 때


 

첫 번째 경우는 주관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어린 아이가 장난감 사달라고 떼 쓰는 것이 방향과 소신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두 번째 경우는 방향과 확신, 그리고 근거가 존재하지만 '타인을 움직이는 힘'을 가지고 있진 않기 때문이다. 

만약 리더의 주관이 두 번째 경우에 해당한다면,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위의 사례에서 보았듯, 팀원들은 본인이 뭔가를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을 상실하게 되고, 이는 의견 다양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나의 주장과 근거가 그들을 설득하지 못하는 것일까?

바로 '나의 주관에 공감' 하도록, 그리고 '나의 일에 몰입' 하도록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관에 공감' 하도록 만들기 위해선 Vision, Value, Mission의 명확한 Allign이 필요하다.

명확한 Align이란 그림과 같은 확실한 포함관계를 의미한다.

 

'왜' 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이렇게 하면 어떤 점이 좋은지,

이를 위해 해야할 것이 무언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각각을 일치시켜야한다.

나는 TF장과의 인수인계에서 Vision은 제시했으나, Value와 Mission을 제시하지 못했다. 결국 '목표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지 못했다. 왜 이렇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근거는 충분했으나 그 외적인 부분에선 부족했다.

" 결국  Vision, Value, Mission 중 어느 한 가지라도 부족하면 '나의 주관에 공감'시킬 수 없다. "


두 번째로 '나의 일에 몰입'하도록 만들기 위해선 팀원 모두가 있는 상황에서 No base로 토론을 해야한다. 

특히 이런 회의를 함에 있어선, 기간을 주고 충분히 준비해도록 해야한다. 

이를 통해 팀원 전체가 합의에 도달해야한다. 이것은 나의 주관으로 모두의 의견을 수렴시켜야한다는 뜻이 아니다.

나의 주장에 대해 팀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받아들이는 공개적인 과정이 중요한 것이다.

이것은 팀원들 스스로 팀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주며 반대 의견을 자유롭게 제시하는 문화를 구성한다.

이는 다양하고 독창적인 의견을 내게 할 뿐만 아니라,

팀원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추진력을 제공해준다.


지금까지 리더의 '목표 방향'이 설정되있지 않을 경우와 그럴 경우 어떤 식으로 소통해야하는지를

나의 경험을 통해 설명해보았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본인의 경험과 느낀점이 있다면 댓글로 적어주기 바란다!! 다르게 생각하는 의견도 언제나 환영!!

 

이 일련의 과정을 통해 나는 세 가지를 배우게 되었다.

1. 리더에게 목표 방향 세팅은 필수적이다.

       1-1. 목표 방향 세팅은 Vision, Value, Mission을 정하고 Align 시키는 것을 포함한다.

       1-2. 그것을 리더가 설정하더라도 반드시 팀원들과의 공개적인 토론 자리에서 밝히고, 팀원들로 하여금 문제점을 제시하도록 한다.

2. 만약 목표 방향이 세팅되있지 않는다면, 팀원들과 함께 정해야 한다.

3. 목표 방향이 분명하지 않은 확신은 고집일 뿐이다. 상사의 고집은 팀원들의 다양한 의견 제시를 저하시키고 와 이탈감을 야기한다.


3. 팀이 나아가는 방향에 '변화'를 주는 소수의 의견

하지만 의문이 남는 것이 있다.

리더가 목표 방향을 설정해서 공개적으로 토론할 때 과연 리더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하는가?

특히, 그 의견이 내가 설정한 목표 방향을 부정한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대부분 본능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보호하거나 또는 그 의견을 회피하고 싶을 것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리더는 

' 잘 설득당하고 잘 설득 시켜야한다. '

잘 설득당하는 것은 주관이 없다는 뜻인가?라 생각할 순 있지만,

'주관이 없다' ≠ ' 잘 설득당한다.'

이다.

왜냐하면 주관이 없다는 것은 본인 의견을 분명하게 전달하지 못한다는 뜻이고,

잘 설득당한다는 것은 남의 의견을 경청하고 열린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즉, 리더는

주관은 가지고 있되, 그 확신에 대한 의문을 끊임없이 되뇌어야한다.

 

그러한 의심은 주변인들의 의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진실된 태도로 반응함으로써 '나'와 '팀'의 주관은 훨씬 단단해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는 '팀원들의 주체성'을 강하게 만든다.

스스로 생각한 변화가 팀에 영향을 주는 사실을 인지한 팀원들은 더욱 '주체적'으로 그리고 '능동적'으로 변한다. 스스로의 영향력을 확인하기 때문이다. 이는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팀과 회의를 이끌어 나갈 수 있게 해준다.

경영학자 칼 웨이크가 충고하듯, 

자기 주장을 할 때는 본인이 옳다는 태도로, 남의 의견을 경청할 때는 자신이 틀리다는 태도로 임해야 한다.


하지만 팔랑귀는 될 필요는 없다.

귀도 너무 크면 안 좋은 법이다.

모든 이들의 비판과 의견을 들을 필요는 없다. 개인이 내는 목소리가 중요하긴 하지만, 개인의 의견이 얼마나 가치있는 의견인지는 다른 문제이다. Vision편에서도 설명했지만 리더는 이를 가지치기해야한다.

그리고, 가지치기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바로 Vision이다.

이렇기 때문에 팀 안에서 Vision을 합치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절대 개인의 의견을 무시하지는 말자.

그건 그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것이다. 이는 논리적인 토론이 아닌, 모든 의견이 싫다/좋다로 결론 나고 자기 의견만 주장하는 분위기를 형성할 것이다.

( 건전한 피드백을 주고 받는 행위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설명하도록 하겠다! )